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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복

'봄날의 기도' 외 정연복 시인의 봄 시 모음 '봄날의 기도' 외 정연복 시인의 봄 시 모음 + 봄날의 기도 겨우내 쌓였던 잔설(殘雪) 녹아졸졸 시냇물 흐르듯지난날의 모든 미움과 설움사르르 녹게 하소서 살랑살랑 불어오는따스운 봄바람에꽁꽁 닫혔던 마음의 창스르르 열리게 하소서 꽃눈 틔우는 실가지처럼이 여린 가슴에도 연초록 사랑의 새순 하나새록새록 돋게 하소서 창가에 맴도는보드랍고 고운 햇살같이내 마음도 그렇게순하고 곱게 하소서 저 높푸른 하늘 향해나의 아직은 키 작은 영혼사뿐히까치발 하게 하소서 + 꽃눈 겨울의 앙상했던너희, 가지들 영영 죽어 있었던 게 아니었구나 동장군(冬將軍)의 위세 앞에알몸 고스란히 드러내고맥없이 얼어죽은 듯했던너희 가느다란 목숨 안으로, 안으로숨죽여 생명을 지으며악착같이 살아 있었구나. 긴 겨울날의미운 꼬리는 아직 남아꽃샘추위 .. 더보기
[인생 시 모음] 정연복의 '소주와 인생' 외 [인생 시 모음] 정연복의 '소주와 인생' 외 + 소주와 인생 소주는 이따금 단맛일 때도 있지만 십중팔구는 쓴맛이다. 인생 길에는 기쁨의 꽃밭도 있지만 근심과 눈물 슬픔의 골짜기가 더 많다. 단맛 쓴맛 다 있는 소주와 희로애락의 인생살이 둘은 서로 퍽 많이도 닮았다. + 꽃과 인생 꽃은 입이 없어 말로 할 수는 없지만 가만히 보면 자기를 잘 아는 것 같다 한철 피고 지는 자신의 생이 참 짧아서 눈부시게 피었다고 해서 뽐낼 것도 없음을. 이제 나도 육십 고개에 닿으니까 인생이 뭔지 조금은 느낌이 온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지상을 거닐다 가는 것도 꽃이 피고 지는 것과 많이 닮아 있음을 알겠다. + 뽕짝 내 인생 아무래도 내 인생은 뽕짝이다 고상한 클래식과는 영 거리가 멀다 뽕짝 노래를 들으면 신명나고 감흥.. 더보기
<어머니 시 모음> 문무학의 '호미로 그은 밑줄' 외 엄마 문무학의 '호미로 그은 밑줄' 외 엄마 + 호미로 그은 밑줄 평생 흙 읽으며 사셨던 울 어머니 계절의 책장을 땀 묻혀 넘기면서 호미로 밑줄을 긋고 방점 꾹, 꾹, 찍으셨다. 꼿꼿하던 허리가 몇 번이나 꺾여도 떨어질 수 없어서 팽개칠 수 없어서 어머닌 그냥 그대로 호미가 되셨다. (문무학·시인, 1947-) + 어떤 귀로 새벽 서릿길을 밟으며 어머니는 장사를 나가셨다가 촉촉한 밤이슬에 젖으며 우리들 머리맡으로 돌아오셨다. 선반에 꿀단지가 채워져 있기는커녕 먼지만 뿌옇게 쌓여 있는데, 빚으로도 못 갚은 땟국물 같은 어린것들이 방안에 제대로 뒹굴어져 자는데, 보는 이 없는 것, 알아주는 이 없는 것, 이마 위에 이고 온 별빛을 풀어놓는다 소매에 묻히고 온 달빛을 털어놓는다. (박재삼·시인, 1933-1997)..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