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시 모음> 정연복의 '첫사랑' 외
+ 첫사랑
첫사랑은
오래오래 아름답다
이루어지지 못했어도
두고두고 아름답다.
첫사랑
그 사람의 얼굴
세월이 흘러도
가슴속에 남아 있다.
난생 처음의
서투른 사랑이었지만
그래서 그냥
티없이 순수했던 사랑.
세상에 방금 태어난
아가의 모습같이
맑고 깨끗하기 그지없던
그 사랑.
+ 첫사랑 증후군
사랑의 경험이 없어
뭐가 뭔지 몰랐다.
어느 날부터인가
불현듯
그냥 그 사람
가까이 있기만 해도
가슴이 콩닥거리고
숨이 가빠져
말도 제대로 못하고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다.
어쩌다 그 사람의
손길이라도 살짝 스치면
숨이 턱 막히고
머리가 어질어질하면서도
천국의 포도주에 취한 듯
황홀한 기분이었다.
사랑을 모르는 나에게
벼락같이 찾아와
작은 내 가슴 들뜨게 했던
신비한 그 느낌.
+ 뻔뻔한 그대
철모르는 어린아이였던
나의 가슴에
그리움의 아지랑이
피어오르게 해놓고서도
첫사랑의 벅찬 떨림과
잠 못 이루는 고통
천국 선물같이
지옥의 저주같이
나의 잔잔하던 생에
가져다주고서도
모르는 척
시치미 뚝 떼고 있는
나의 첫사랑 그대
참 뻔뻔하다.
+ 첫눈
언제인지는 몰라도
그 날은 반드시 올 것이니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새끼손가락 걸어 약속했던
첫사랑은
눈물겹게 아름다웠다.
세월이 가면
이윽고 꽃이 필 것을 믿듯이
손꼽아 기다리다 보면
마침내 그 날이 올 줄 믿으며
첫눈 내리기를 소망했던
첫사랑은 티없이 순수했다.
어서 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어도
목마른 그리움
차곡차곡 가슴에 쌓으며
첫눈을 간절히 기대했던
첫사랑은 힘들어도 행복했다.
+ 첫사랑
사랑의 기술은
하나도 없었지만
사랑의 진실은
넘쳐흘렀다.
사랑의 고백은
서툴렀지만
사랑의 눈빛은
간절하였다.
세상에 방금 태어난
아가가 때묻지 않음으로
황홀할 만큼
눈부시듯이
아직은 때묻지 않은
순수하고 풋풋함으로
오래오래 빛나는
가슴속 보석 같은 사랑.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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