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박병호는 어떤 타입의 타자일까#

[프로야구] #박병호는 어떤 타입의 타자일까#

14년(2001~2014) 동안 연평균 33개에 달하는 462개의 홈런을 때려낸 애덤 던은 최고의 홈런 타자였다. 같은 기간 그보다 더 많은 홈런을 기록한 타자는 단 두 명, 앨버트 푸홀스(520)와 알렉스 로드리게스(465)였다.

물론 던은 악명 높은 공갈포였다. 그 14년 동안 던은 2위 선수보다 무려 594개가 많은 2379개의 삼진을 기록했다(2위 알폰소 소리아노 1785개). 던이 기록한 3삼진 이상 경기 173회는 역대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이다(2위 짐 토미 145경기).

그러나 던은 단순한 공갈포가 아니었다. 던은 28.6%의 타석에서 삼진을 당하는 동안 볼넷을 얻어낸 타석 역시 15.8%에 달했다(2015년 ML 평균 삼진 20.4%, 볼넷 7.7%). 삼진 비율이 통산 23% 이상인 역대 55명 중에서 볼넷 비율이 15%를 넘었던 타자는 던과 짐 토미(삼진 24.7%, 볼넷 16.9%) 두 명뿐이다.

이에 던은 3000타석 이상을 소화한 역대 1689명 중 타율은 1630위(.237)에 그치고 있지만 홈런과 볼넷을 많이 얻어낸 덕분에 출루율 순위는 318위(.364) 장타율 순위는 133위(.490)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 순위는 140위(.854)에 올라 있다.

페드로 알바레스(28·피츠버그)는 홈런 타자다. 그가 지난 4년(2012-2015) 간 때려낸 111개의 홈런은 내셔널리그에서 지안카를로 스탠튼(125) 다음이었다. 물론 알바레스는 공갈포다. 2013년 그는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많은 186개의 삼진을 당했다. 하지만 알바레스의 진짜 문제는 많은 삼진이 아니다. 그가 <볼넷 없는 공갈포>라는 것이다. 통산 삼진 비중이 29.1%에 당하면서도 볼넷은 9.3%에 그치고 있는 알바레스는 데뷔 시즌에 기록한 .326가 출루율 개인 최고 기록이다.

통산 기록 비교
애덤던　 : .237 .364 .490 ops .854  
알바레스 : .236 .309 .441 ops .750

메이저리그에서 홈런 타자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당대 한 두 명이 있을까 말까 한 A는 많은 홈런, 많은 볼넷과 함께 타율까지 높고 삼진마저 적게 당하는 '세 방향의 토끼'(정확성 장타 선구안)를 한꺼번에 잡아낼 수 있는 타자들이다. 전성기의 프랭크 토머스(1994년 .353 38홈런 109볼넷 61삼진)와 앨버트 푸홀스(2008년 .357 37홈런 104볼넷 54삼진)가 그랬다.

역시 숫자가 많지 않은 B는 A타입보다 타율이 떨어지며 삼진도 많이 당하지만 볼넷 만큼은 많이 골라내는 선수다. B타입의 최고봉은 홈런(7위) 볼넷(7위) 삼진(2위)에서 모두 역대 10위 내에 든 짐 토미(통산 .276 .402 .554)다. 그리고 타율이 토미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던은 그의 마이너 버전이다. 현역 선수 중에는 하이킥 장착 이후의 호세 바티스타가 이에 해당된다(지난 6년 간 연평균 .268 38홈런 96볼넷 96삼진). 타율이 낮거나 삼진을 많이 당한다고 해서 이들을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C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흔히 말하는 공갈포 타자들이다. 이들은 타율도 낮고 삼진도 많이 당하는데다 심지어 볼넷도 많이 골라내지 못함으로써 홈런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gettyimages멀티비츠

전성기 라이언 하워드는 전형적인 B타입의 홈런 타자였다(2007년 .268 47홈런 107볼넷 199삼진). 하지만 이제 그는 오직 홈런 말고는 장점이 없는 C타입의 타자가 됐다(2014년 .223 23홈런 67볼넷 190삼진). 그리고 믿을 수 없게도, 우리는 '야구의 신'(A)에서 공갈포(C)를 향해 급강하를 하고 있는 푸홀스를 목격하고 있는 중이다(2015년 .244 40홈런 50볼넷 72삼진).

각성 이후의 박병호는 KBO리그에서 A와 B 사이의 홈런 타자였다(지난 4년 간 연평균.314 .425 .643 43홈런 85볼넷 128삼진). 박병호는 비록 세 마리 중 한 마리는 놓쳤지만(많은 삼진) 높은 타율과 많은 볼넷이라는 나머지 두 마리는 잡는 데 성공했다. 같은 기간 22.1%의 삼진과 14.7%의 볼넷을 기록한 박병호와 비슷한 비율을 기록한 타자를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찾자면 마이크 트라웃(.299 .402 .590)의 이름이 등장한다(삼진 23.2%, 볼넷 13.5%).

미네소타가 박병호에게 바라고 있는 것 역시 적은 삼진이 아니다. 삼진을 많이 당하더라도 충분한 생산력(홈런 볼넷 타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바로 2010년 39살의 짐 토미가 미네소타의 유니폼을 입고 보여준 모습이다(.283 .412 .627). 그렇다면 박병호는 홈런과 볼넷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을까. 박병호에 앞서 도전했던 강정호의 경우를 보면 쉽지 만은 않아 보인다. 

강정호는 올해 대단히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강정호가 기록한 첫 해 성적(.287 .355 .461 467타석 15홈런)은 마쓰이 히데키의 첫 시즌(2003년 .287 .353 .435 696타석 16홈런)보다 좋았다. 마쓰이의 첫 해 조정 OPS가 109였던 반면 강정호는 124를 기록했다. 승리기여도(fwar)로는 그 차이가 더 벌어진다(강정호 3.9, 마쓰이 0.2). 또한 강정호는 메이저리그라고 해서 삼진을 더 많이 당하지도 않았다. 그런 강정호가 유일하게 아쉬웠던 것은 볼넷이 크게 줄어든 것이었다.

강정호 성적 변화
2014 : 홈런 8.0% / 볼넷 13.6% / 삼진 21.2%
2015 : 홈런 3.2% / 볼넷 06.0% / 삼진 21.2%

강정호 성적 변화
2014 : .356 .459 .739 (ops 1.198)
2015 : .287 .355 .461 (ops 0.816) 

박병호 KBO 성적
2014 : 홈런 9.1% / 볼넷 16.8% / 삼진 24.9%
2015 : 홈런 8.5% / 볼넷 12.5% / 삼진 25.9%

박병호는 2014년(.303 .433 .686)보다 더 뛰어난 2015년(.343 .436 .714)을 보냈다. 하지만 타율이 4푼이나 오른 결정적인 비결은 무려 8푼이 올라간 인플레이 타율(BABIP) 덕분이었다(2014년 .323, 2015년 .403). 반면 그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볼넷/삼진 비율은 오히려 나빠졌다. 만약 강정호에게 일어난 일(볼넷 감소)이 박병호에게도 일어난다면 박병호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박병호가 강정호와 다른 점은 처음부터 홈런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병호는 내야수인 강정호와 달리 팀의 파워 공급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포지션의 선수다(1루수&지명타자). 결국 박병호는 장타에 초점을 맞춘 타격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 타율 하락 폭은 강정호보다 클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볼넷 비율까지도 강정호만큼 떨어진다면, 박병호는 강정호가 기록한 성공적인 출루율(.355)을 가지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필자가 '출루율 3할5푼'을 박병호의 가장 큰 성공 요건으로 잡고 있는 것도 이는 박병호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목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병호가 <홈런↔삼진>이 아닌 <홈런+볼넷↔삼진>의 교환 공식을 성립시킬 수만 있다면, 많은 삼진은 전혀 문제될 게 없으며 타율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더욱 장타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B타입의 홈런 타자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만약 출루율 3할5푼을 달성하는데다 홈런까지 25개에 도달하게 된다면, 박병호는 강정호 못지 않은 성공적인 첫 시즌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이 기준을 채운 선수는 19명에 불과했으며, 아메리칸리그로 좁힐 경우 단 9명이었다(마이크 트라웃, 호세 바티스타, 에드윈 엔카나시온, 조시 도널슨, 넬슨 크루스, 크리스 데이비스, 매니 마차도, 데이빗 오티스, 알렉스 로드리게스).

선구자 강정호는 올시즌을 활약을 통해 KBO타자들을 위한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나 박병호가 가게 될 길은 강정호가 먼저 출발한 길과는 다른 방향의 길이다. 덕분에 우리는 또 다른 종류의 흥미진진한 긴장을 경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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